‘국제 영화제’ 하나만으로도 부산은 그동안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들어 클래식 전용 시민 콘서트홀의 개관을 시작으로 내년 초에는 클래식 전용 낙동아트센터의 본격적인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머지않아 개관할 부산오페라하우스와 같은 굵직한 공연예술 인프라가 잇따라 마련되면서 이제는 영화제를 넘어 공연예술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공연장을 짓는 데서 끝나지 않고, 부산이 세계적인 공연예술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하드웨어 구축을 넘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부산의 공연예술 인프라가 국내를 넘어 국제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웅장한 공연장이 마련돼도 그 안을 채울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매력적이지 못하면 관객은 외면한다.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발레 오케스트라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지역 공연예술단체가 당당히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청소년 음악 교육, 민간 공연예술단체 지원, 시민 아마추어 활동 확대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공연예술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지역 인재의 양성과 함께 그들이 이곳에서 성장할 수 없다면 부산의 공연장은 언제까지나 외부 의존에 머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연장 건립 못지 않게 지역 인재 발굴·육성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 공연예술 교육 육성을 시작으로 민간 오케스트라 연극 무용뿐만 아니라 시민 아마추어 공연예술 활동 육성을 통해 저변을 넓혀 나가야 장기적으로 건강한 공연예술 생태계가 형성돼 지속 발전 가능성이 있다.
관 중심의 예술단체만으로는 국제적인 공연예술 도시로 나아갈 수 없다. 공연예술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혁신을 통해 서로 자극을 주어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관 중심의 공연예술단체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DRAC제도와 같이 민간오케스트라를 비롯한 공연예술단체들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지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과 관의 투 트랙이 동시에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만 부산을 떠난 인재들이 돌아올 것이다. 나아가 해양도시 특성이 융합된 차별화된 공연예술 전공들이 개설되고 해외 유수 공연예술대학과의 연계와 국제마스터클래스가 유치돼 명망 있는 교수와 연주자들이 활발히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역 공연예술대학들의 문제 또한 해결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음악·연극·무용 등 다른 장르에서도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국제 페스티벌을 확대하고, 해외 유명 공연예술단체 및 아티스트와의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산이 ‘세계가 찾는 무대’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시민 친화성 확보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연장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변 확대를 위한 합리적 공연티켓 가격, 교통 접근성 개선,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활용은 공연예술의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 공연예술이 시민의 일상이 될 때 비로소 부산은 공연예술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브랜드화 전략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공연장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부산 하면 영화와 음악, 공연예술이 함께 떠오르는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국제 마케팅, 해외 홍보, 도시 캠페인을 통해 국제적인 공연예술의 허브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부산의 장점은 이미 분명하다. 바다와 산, 강과 도심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이다. 여기에 공연예술을 접목한다면 부산은 공연예술 관광 융합도시로 비상할 수 있다. 영화제와 오페라 페스티벌, 국제 오케스트라 축제 등을 연계해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공연장을 찾게 해야 한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공연예술 체험형 관광’으로 나아갈 때 부산의 매력은 배가된다. 결국 부산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 위에 ‘해양도시의 정체성과 국제도시의 개방성’을 공연예술에 결합해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올리고, 지역 인재를 키우며, 관광과 연계한 복합적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부산은 타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매력을 지닌 독자적 브랜드를 확립할 수 있다. 세계인이 찾아오는 공연예술 도시 부산, 그 비전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을 통해 다가올 현실이 될 것이다. 부산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세계무대를 향한 과감한 걸음을 내디딜 때다. 영화제를 넘어, 공연예술이 살아 숨 쉬는 국제 문화도시 부산을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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