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_CEO칼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 공지사항

[국제신문_CEO칼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김종천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영파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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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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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부산이 직면한 가장 크고 무거운 과제는 단연 ‘인구 구조의 격변’이다. 부산은 대한민국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거리마다 어르신의 발걸음은 늘어나는 반면, 대학가와 주요 산업 현장의 청년 활력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구 유출의 구조적 문제다. 매년 수천 명의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 삶의 기회를 찾아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청년의 이탈은 도시의 생산성과 소비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다시 지역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지자체 재정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세대 갈등’의 경고음도 커진다. 한정된 지자체 예산을 두고 “청년 일자리와 주거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급증하는 어르신들의 의료·돌봄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요구가 대립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세대 간 자원 배분 싸움은 결국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청년과 노년을 대립 항목으로 놓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세대 공존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복지를 국고를 갉아먹는 ‘소모성 지출’이자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복지제도를 통해 지출되는 사회적 자본이 지역 내부에서 돌고 도는 ‘승수 효과(Multiplier Effect)’로 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다양하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나 돌봄 바우처는 저축으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100%에 가깝게 동네 병원, 약국, 전통시장, 골목상권으로 바로 흘러 들어간다. 이는 지역 소상공인을 살리는 가장 즉각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복지 서비스는 산업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한다. 보건·의료·요양·돌봄으로 이어지는 복지 인프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서비스 산업인 것이다. 고령화에 맞춰 전문화된 보건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은 보건복지 관련 전문자격증 인력뿐만 아니라 헬스케어산업의 다양한 개발자 등 청년층을 위한 전문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잘 설계된 복지 제도는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어르신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하며, 지역 상권에는 온기를 불어넣는 ‘지역 경제 선순환의 핵심 축’이 된다.

부산이 ‘청년이 떠나지 않고 어르신이 안심하는 도시’가 되려면, 청년과 노인을 하나로 묶는 ‘세대 통합형 고용창출 복지 모델’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첫째, 의료·요양·돌봄 산업을 통한 청년 창업과 일자리 확대다. 노년층의 돌봄 수요 증가를 청년의 새로운 산업적 기회로 반전시켜야 한다. 단순 수발 중심의 돌봄을 넘어 AI 헬스 케어, 스마트 홈 케어, 맞춤형 영양·운동 프로그램 등 ‘에이징 테크(Aging-Tech)’ 생태계를 부산에 집중 조성해야 한다. 부산시가 기술 R&D를 지원하고 ‘공공조달’을 통해 이를 복지 현장에 실효성 있게 도입한다면 청년에게는 고부가가치 창업 일자리가, 어르신에게는 첨단 복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둘째, 세대 융합형 주거 및 커뮤니티 구축이다. 청년의 주거 난과 어르신의 외로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세대 공존형 주택’ 모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어르신의 여유 주거 공간을 청년에게 저렴하게 임대하고 청년은 어르신의 말벗이나 일상을 돕는 방식, 혹은 청년 임대주택과 노인 복지 인프라를 결합하는 형태다. 세대 간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사회적 신뢰가 쌓이고 갈등 비용은 줄어든다.

셋째, 노년의 경험과 청년의 패기를 잇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다. 부산에는 평생 현장에서 노하우를 쌓은 우수한 은퇴 인력이 풍부하다. 이들의 지식과 자본이 청년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으로 흐르도록 멘토링 및 지역 공동 투자 펀드를 복지·경제 결합 사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어르신에게는 사회적 역할과 자부심을, 청년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경험의 자산을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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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경쟁력은 건물의 높이나 도로의 길이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안전하고 존엄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복지를 더 이상 ‘아껴야 할 비용’이 아닌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지역 경제의 선순환 엔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노년이 안심하고 늙어갈 수 있는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질 때, 청년들은 부양의 부담을 덜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때 비로소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재정도 지속 가능해진다. 청년의 기획력과 노년의 지혜가 복지라는 든든한 징검다리를 통해 만날 때, 부산은 고령화를 가장 먼저 맞이한 도시에서 ‘세대 공존을 가장 먼저 완성한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부산의 진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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